목차
1. 서론
2. 본론
2.1. 다목적무인차량 4.0의 기술적 사양과 혁신성
2.2.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차량 개발 로드맵
2.3. 무인지상차량 시장분석 및 경쟁 구도
2.4. 군사적 활용과 미래 통합 가능성
3. 결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무인차량 4.0>
1. 서론
현대 전장 환경에서 무인지상차량(Unmanned Ground Vehicle, UGV)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군 병력 감소 문제가 심화되면서 전투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무인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위험 지역에서의 정찰, 감시, 물자 수송, 부상자 후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무인차량은 미래 전장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20여 년간 국방 로봇 개발 기술력을 축적해 왔으며, 2016년 다목적무인차량 1.0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이루어 왔다. 특히 미국의 해외비교성능시험(Foreign Comparative Testing, FCT)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아리온스멧(Arion-SMET)'과 자체 개발한 차세대 무인차량 '그룬트(GRUNT)'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5년 출시 예정인 다목적무인차량 4.0은 이러한 기술 발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하이브리드 엔진 도입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 접목 등 혁신적인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2028년까지 무인차량 풀라인업을 구축하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적 계획의 일환이다. 본 글에서는 다목적무인차량 4.0의 기술적 특성과 혁신성, 개발 로드맵, 시장분석 및 경쟁 구도, 그리고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함으로써 그 현황과 전망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2. 본론
2.1. 다목적무인차량 4.0의 기술적 사양과 혁신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무인차량 4.0은 기존 모델들보다 대폭 향상된 성능과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하여 개발되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하이브리드 엔진 시스템의 도입이다. 기존의 전기 배터리 기반 무인차량들이 가지고 있던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하여 별도의 충전기 없이도 운용이 가능하며, 차량 간 충전까지 가능하게 설계되었다. 이는 전장 환경에서 운용 지속성과 유연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요소로 평가된다.
운용 성능 면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었다. 운용시간은 330시간으로 기존 무인차량들에 비해 월등히 길어졌으며, 항속거리는 300km, 적재중량은 900kg에 달한다. 이는 다양한 군사 작전에서 요구되는 지속성과 물자 수송 능력을 충족시키는 수준이다. 특히 적재중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무거운 전투물자 수송이나 다수의 부상자 후송 등 보다 복잡한 임무 수행이 가능해졌다.
다목적무인차량 4.0의 또 다른 중요한 혁신 요소는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사업부 유무인복합연구센터장에 따르면, "달리면서 총을 쏴야 하는데, 이 부분에 AI 기술을 접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원격 조종으로 운용되는 수준을 넘어, 주행 중에도 정확한 사격이 가능한 고도의 자율성을 갖춘 전투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기술은 장애물 탐지 및 회피, 경로 계획, 표적 식별 및 추적, 그리고 상황 인식 능력 향상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목적무인차량 4.0은 다양한 운용 모드를 제공한다. 원격 조종은 물론, 사전에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경로점 자율주행, 병사를 자동으로 추종하는 종속주행, 그리고 지형을 스스로 탐색하여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탐색자율 등 다양한 운용 방식을 지원한다. 또한 통신 두절 시에는 1분간 스스로 통신 재연결을 시도하고, 미 복구 시 최초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스마트 자율복귀' 기능도 갖추고 있어 운용 안전성을 높였다.
주: 탐색자율은 지형, 장애물 등 주변 환경을 자체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경로를 찾아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의미한다.
2.2.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차량 개발 로드맵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무인차량 개발은 체계적인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민·군 협력과제로 4륜구동 방식의 전기추진 보병용 다목적무인차량인 1.0 버전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 모델은 군 시범운용 및 전투실험을 통해 작전운용 적합성과 운용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2020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20 민·군기술협력사업 우수과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목적무인차량 2.0과 3.0을 거쳐 성능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출시 예정인 4.0 버전을 통해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2028년까지 소·중·대형급의 차륜형과 궤도형 무인차량 제품군을 모두 확보하여 글로벌 무인차량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장기적 비전의 일환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차량 개발 전략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글로벌 협력 관계 구축이다. 2025년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최대의 무인차량 기업인 에스토니아의 '밀렘 로보틱스(Milrem Robotic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밀레 로보틱스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8개국을 포함한 총 16개국에 궤도형 UGV를 공급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이다. 양사는 최신 궤도형 UGV인 T-RCV(Tracked-Robotic Combat Vehicle)의 공동개발 및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전장을 주도할 인공지능과 무인화 기반의 '육해공 통합 솔루션'을 구축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다목적무인차량 외에도 한화시스템의 무인수상정과 저궤도위성 통신체계, 한화오션의 무인전력 지휘통제함 등 다양한 유무인 복합 체계를 결합하여 통합 전장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저궤도 위성망과 지상망이 통합된 네트워크를 통해 우주에서 관측된 전장 상황을 각 전장의 무기 체계와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통합 작전이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궤도형 UGV는 바퀴 대신 캐터필러 트랙을 사용하여 험지에서의 주행 성능을 높인 무인지상차량을 의미한다.
2.3. 무인지상차량 시장 분석 및 경쟁 구도
글로벌 무인지상차량(UGV)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UGV 시장 규모는 2024년 30억 달러(약 3조 5,670억 원)에서 2034년까지 55억 달러(약 6조 5,45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은 6.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 성장은 군사 및 방위 활동에서의 자동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며, UGV가 정찰, 감시, 폭발물 처리 등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무인차량 4.0은 현대로템의 'HR-셰르파(SHERPA)'와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약 20년간 다목적 무인차량을 연구해 왔으며, 2020년 방위사업청의 다목적 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 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한 바 있다. HR-셰르파는 국내 최초 군용 무인차량으로 일반전초(GOP), 비무장지대(DMZ) 등 야전에서의 시범운용을 거치며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HR-셰르파의 4세대 모델은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6륜 독립 구동 바퀴를 갖추고 인공지능, 자율주행, 무인화, 전동화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고대 그리스 중장보병 전투대형인 '팔랑크스(Phalanx)'에서 착안된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하고, 전고를 낮추고 지상고를 높여 장애물 극복 능력을 개선하는 등 실전 환경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되었다.
이에 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무인차량 4.0은 하이브리드 엔진 시스템과 더 긴 운용시간 및 항속거리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미군의 해외비교성능시험(FCT)을 통과한 아리온스멧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두 업체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다목적무인차량 양산 사업 입찰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군사 강국들이 UGV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밀레 로보틱스와 같은 유럽의 UGV 전문 업체들이 NATO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경쟁자이자 협력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 해외비교성능시험(FCT)은 미국 국방부가 외국에서 개발된 무기체계의 성능을 검증하고 미국 군사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2.4. 군사적 활용과 미래 통합 가능성
다목적무인차량 4.0은 현대 전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위험 지역에서의 감시 및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900kg의 적재중량을 활용한 물자 수송과 부상자 후송은 물론, AI 기반 원격통제사격체계(Remote Control Weapon System, RCWS)를 통한 화력 지원까지 가능하다.
특히 레이더를 통한 목표물 자동 조준 및 추적, 총성 감지 후 자동 대응 등의 기능은 근접 전투 지원 능력을 강화한다. 또한 다양한 임무 장비를 탈부착할 수 있는 설계로 인해 폭발물 탐지 및 제거, 화생방 정찰, 통신 중계 등 특수 임무에도 활용될 수 있다.
미래 전장에서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군의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 프로젝트처럼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목적무인차량은 지상 작전의 핵심 요소로, 드론이나 유인 전투 시스템과 연계하여 전방 상황인지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구하는 '육해공 통합 솔루션'에서 다목적무인차량 4.0은 지상 작전의 주요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무인수상정, 저궤도위성 통신체계, 무인전력 지휘통제함 등과 긴밀히 연계될 것이다. 이러한 통합 시스템은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분석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인 작전 수행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과 무인화 기술의 발전은 미래 전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사람 없는 전쟁 시대"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무인 시스템이 위험한 전장 환경에서 인간을 대체함으로써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다목적무인차량 4.0은 이러한 미래 전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원격통제사격체계(RCWS)는 조작자가 안전한 위치에서 원격으로 무기를 조준하고 발사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카메라, 레이더, 적외선 센서 등을 통합하여 주·야간 표적 탐지 및 추적이 가능하다.
3. 결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무인차량 4.0은 기술적 혁신성과 전략적 중요성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하이브리드 엔진 시스템, 330시간의 운용시간, 300km의 항속거리, 900kg의 적재중량, 그리고 AI 기술 접목 등의 특징은 기존 무인차량에 비해 운용 지속성과 임무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미래 전장 환경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임무 수행에 대응할 수 있는 진화된 무인 플랫폼의 등장을 의미한다.
다목적무인차량 4.0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8년까지 무인차량 풀라인업을 구축하는 장기적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이다. 소형에서 대형까지, 차륜형과 궤도형을 아우르는 다양한 무인차량 제품군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비전의 일환이다. 밀렘 로보틱스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한 기술 고도화와 시장 확대 전략은 이러한 비전 실현을 위한 구체적 행보로 볼 수 있다.
현대로템의 HR-셰르파와의 국내 경쟁, 그리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업체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무인차량 4.0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앞으로의 기술적 완성도와 시장 대응 전략에 달려 있다. 특히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다목적무인차량 양산 사업 입찰 결과는 국내 무인차량 시장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국가 안보 및 방위산업 측면에서 다목적무인차량 4.0의 성공적인 개발과 전력화는 병력 감소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전투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육해공 통합 솔루션'의 일부로서 미래 전장에서의 무인화, 네트워크화된 전투 수행에 기여함으로써 국방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