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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스테이블코인 교환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팍스에 대한 심층 분석

by rainbowwave 2025. 7. 8.

 

목차

I. 서론
II. 본론
 1. 프로젝트 팍스의 개요와 배경
 2. 주요 참여 기관 및 역할
 3. 기술적 구현과 추진 체계
 4. 정책적 의미와 제도적 과제
III. 결론


<프로젝트 팍스 개념도, 페어스퀘어랩>

                                                                         <프로젝트 팍스 개념도, 페어스퀘어랩>

  

 

I. 서론

 

국제 송금 및 결제 시스템의 혁신적 변화가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송금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는 한국과 일본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차세대 글로벌 송금 및 결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2024년 9월부터 본격적인 기술 검증에 돌입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성을 검증하고, 규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건전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선도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

* 규제 스테이블코인: 정부 규제 하에서 발행·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비규제 스테이블코인 대비 높은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

 

본 분석은 프로젝트 팍스의 기술적 구현 방식, 참여 기관별 역할, 추진 성과 및 향후 계획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한일 양국의 디지털 자산 분야 협력 모델의 의의와 한계를 도출하고자 한다. 특히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실증 실험을 통해 확인된 기술적·법적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본론

1. 프로젝트 팍스의 개요와 배경

 

프로젝트 팍스는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여 차세대 글로벌 송금 및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2024년 9월부터 일본과 유럽의 대형 은행이 참여하여 진행되고 있다. 'Pax'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평화(PEACE)를 의미하며, 모든 사람이 쉽고 안전하게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글로벌 경제 격차와 도전을 해결하고자 하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기존의 복잡한 국가 간 송금 절차를 혁신하여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거래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국제송금 시스템인 SWIFT는 중개 은행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로 인해 높은 수수료와 긴 처리 시간이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프로젝트 팍스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실시간에 가까운 국경 간 송금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전 세계 금융기관 간 메시지 전송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프로젝트는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해외 송금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업무적 검토와 팍스 프로젝트 연계를 위한 기술적 논의가 진행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테스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팍스 프로젝트와의 스테이블코인 송수신 테스트를 실시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각 은행별 업무 체계에 따른 송금과 정산 테스트를 완료한 후 결과 보고회를 개최한다.

 

2. 주요 참여 기관 및 역할

 

프로젝트 팍스는 한일 양국의 주요 금융기관과 블록체인 전문기업들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프로젝트이다. 일본 측에서는 프로그맷(Progmat)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쓰비시 UFJ은행, 미즈호은행,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이 설립한 디지털 자산 인프라 기업이다.

 

프로그맷은 일본 내에서 토큰증권(STO) 시장 점유율 84%를 차지하는 선도적 플랫폼 기업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운영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2023년 6월부터 시행되면서, 프로그맷은 법적 기반 위에서 안정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다.

 

*토큰증권(STO): Security Token Offering, 기존 증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것

 

한국 측에서는 페어스퀘어랩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페어스퀘어랩은 2018년 설립된 Web3 기술 전문기업으로, 국내 최초의 보안토큰 메인넷 개발 등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프로젝트 '프로젝트 한강'에 참여하는 등 공공 부문과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실증 프로젝트의 기술적 구현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으로,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KDAC은 에어갭 콜드월렛과 다중서명 기술을 통한 고도화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여, 디지털 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갭 콜드월렛: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분리된 환경에서 운영되는 디지털 자산 보관 시스템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케이뱅크가 실증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무역 송금이 실제 금융 환경에서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동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3. 기술적 구현과 추진 체계

 

프로젝트 팍스의 기술적 구현은 SWIFT의 기존 은행 API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프로그맷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결제하도록 지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들은 법정화폐 송금의 운영 중복을 피하고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확보했다.

 

기술 검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원화와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다른 블록체인 기반에서 발행될 경우의 상호 교환 문제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연동 기술을 요구하며, 현재 페어스퀘어랩과 KDAC이 주도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권은 내부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정리하여 기술 개발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기업이 법규, 규정, 내부 정책 등을 준수하는 것

 

실증 실험은 2025년 3월부터 5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되었으며, 테스트 성격으로 실제 현금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가 간 디지털 자산 송금의 법적·기술적 개선 과제를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Know Your Customer(KYC) 및 Anti-Money Laundering(AML) 등 컴플라이언스 요구사항과 개인정보 보호 등의 관점에서 은행들의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KYC: Know Your Customer, 고객 신원 확인 절차
*AML: Anti-Money Laundering, 자금세탁방지

 

프로젝트의 단계별 추진 일정을 보면, 2025년 2월 한일 기업 간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공식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2025년 3월 광화문에서 개최된 기술검증 킥오프 행사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과 법률 및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내외 지급결제 시장 혁신 가능성을 논의했다. 6월 중 종료 보고회를 통해 1차 실증 결과를 정리할 예정이며, 2025년 말까지 남한 내 권고사항을 취합·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 정책적 의미와 제도적 과제

 

프로젝트 팍스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는 선제적으로 국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외 시스템과 연결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평가된다.

 

2025년 6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자기 자본 5억 원 이상의 국내 법인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되어, 프로젝트 팍스의 실증 결과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검증 사업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은행권의 공동 대응이 본격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도국가에서는 비규제 스테이블코인보다 규제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추세이며, 컴플라이언스와 외환관리의 중요성이 높은 한국에서도 규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프로젝트 팍스는 또한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와의 연계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은행 예금을 CBDC와 연계한 토큰으로 변환한 뒤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과의 시너지를 통해,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공공 디지털화폐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한국은행은 민간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발행 단계부터 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특정 발행사의 부도로 인한 '코인런'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코인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 상실로 대량 환매가 발생하는 현상

 

III. 결론

 

프로젝트 팍스는 한일 양국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경간 송금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선도적 실증 프로젝트로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서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디지털 자산 생태계 발전을 위한 실질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첫째, 기술적 측면에서 프로젝트 팍스는 기존 SWIFT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술의 효과적인 연동 방안을 제시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기반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 간의 상호 운용성 확보라는 기술적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향후 다국가 간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구축의 기술적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제도적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는 규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건전한 시장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선진적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와 한국의 혁신적 블록체인 기술력이 결합되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셋째, 정책적 측면에서 프로젝트 팍스는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실증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금융 환경에서의 운영 가능성을 검증함으로써,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실무적 요구사항과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향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통화정책과의 조화,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 국제적 규제 표준과의 정합성 등이 핵심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민간의 혁신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젝트 팍스는 2025년 말까지의 1차 실증을 완료한 후, 2026년부터는 실제 상용 서비스 단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일 양국의 제도적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향후 아세안 등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도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프로젝트 팍스는 아시아 지역의 디지털 금융 통합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