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I. 서론
II. 본론
1. 한국 스테이블코인 정책 현황과 법적 기반
2.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환경과 경쟁 구도
3. K컬처 및 K푸드 생태계와 디지털 결제의 융합
4.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장성과 경쟁력 분석
III. 결론
<한류의 성장단계>
I. 서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 시스템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28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 속에서 각국은 자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디지털 통화 주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2025년 6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첫걸음이 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면서, 한국의 디지털 통화 주권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K컬처와 K푸드라는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팝, K드라마, K웹툰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 콘텐츠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수요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본 분석에서는 이러한 K컬처와 K푸드 생태계를 통해 한국의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확장성을 높일 수 있는지 심층적으로 검토한다.
II. 본론
1. 한국 스테이블코인 정책 현황과 법적 기반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2025년 6월 1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한국 스테이블코인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적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이 법안은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 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와 발행 요건을 최초로 제시했다. 법안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자기 자본을 보유한 국내 법인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는 이후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디지털자산혁신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의 자기 자본 요건을 1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대통령 직속이 아닌 금융위원회 산하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무분별하게 발행되어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신중론을 고려한 결과이다.
한국은행의 신중론과 통화정책 우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일관되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다"며 "외환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은의 주요 우려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다.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 전달력이 제약될 수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국채 등을 보유할 경우 통화량 조절에 활용될 유동성 자산이 부족해질 수 있다. 둘째, 금융 안정성 우려다. 중소 규모의 비은행권 발행 코인이 남발될 경우 발행사의 운용 실패나 외부 충격 시 코인런에 따른 금융 불안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외환관리 체계에 대한 위험이다. 국경 제한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외국 위기가 국내에 빠르게 전이되어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프로젝트 한강과 CBDC 실험
한국은행은 2025년 4월부터 일반 국민 1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 실거래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실험에서는 은행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편의점, 마트, 서점 등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하나원큐 등 은행 앱을 통해 전자지갑을 개설하고, 보유 계좌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 한강은 사용처 입장에서 판매대금을 즉시 수취하고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간편 결제와 구별되는 특별한 장점이 아직까지 없으며, 결제 과정이 번거로운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환경과 경쟁 구도
미국 GENIUS Act와 달러 패권 강화 전략
2025년 6월 17일, 미국 상원은 68대 30으로 GENIUS Act를 통과시켰다. 이는 미국 최초의 포괄적인 연방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역사적인 법안이다. GENIUS Act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반드시 1:1로 달러나 단기 국채 등 유동성 자산으로 전액을 뒷받침해야 하며, 매월 준비금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100억달러 이상의 대형 발행사는 연방준비제도 또는 OCC의 직접 감독을 받게 되며, 소규모 발행사는 주정부 규제를 받게 된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자금세탁방지와 제재 준수 의무를 지켜야 하며, 기존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과 함께 "미국 달러의 주권을 지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합법적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개발과 성장을 촉진하는 행동을 포함한다"라고 선언했다. 반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개인의 프라이버시, 미국의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EU MiCA 규정과 스테이블코인 규제
유럽연합은 2023년 발효된 MiCA 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기반을 이미 구축했다. MiCA는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형과 자산준거형으로 구분하고, 발행사에 요구되는 자본 요건과 준비금 관리 의무를 법제화했다. 특히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나 50억 유로 이상의 자산 보유 규모에 달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유럽은행청의 감독을 받게 된다.
2025년 6월, 유럽중앙은행은 시장 혼란 시기에 역내 은행들에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집행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새로운 규칙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EU 역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EU 시장에서만 허용된 스테이블코인과 상호 교환 가능하게 만드는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시아 각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일본은 2023년 개정된 자금결제법을 통해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규제를 택했다. 은행과 신탁사 등 공공성 높은 기관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은행의 입장과 유사하다. 싱가포르는 2024년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며, 홍콩은 2025년 8월 스테이블코인 규정 발효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기존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하고 있다.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시작한 중국은 현재 주요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주요 결제 플랫폼에 디지털 위안화를 탑재하여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3. K컬처 및 K푸드 생태계와 디지털 결제의 융합
K팝과 한류의 글로벌 영향력
한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으로, 이는 한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팝의 인기는 한국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 K팝과 한류 콘텐츠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 팬들이 한국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원화의 국제적 사용을 확대하고,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크로스보더 결제의 허브로서 한국이 K팝과 한류를 통해 아시아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으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동아시아 지역의 크로스보더 결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적 주권을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활성화
K팝과 한류의 인기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사용을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팝 아티스트들이 NFT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발행할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자산 시장은 상당한 규모에 달한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반년 전 대비 91% 급증했으며,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14조 3,000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을 넘어섰다.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1,600만 명에 달해 국민 5명 중 1명이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다.
K푸드와 한식의 글로벌 확산
민주당은 K팝, K웹툰 등 콘텐츠 산업에서 '코리안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민병덕 의원은 "K컬처, 웹툰, 게임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플랫폼에 기반해서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 원화 기반 생태계를 성장시킨다면 달러 중심의 시장에서 우리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푸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식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한국 식재료나 한식당 이용 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특히 한인 밀집 지역이나 한류 팬이 많은 지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4.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장성과 경쟁력 분석
비기축통화의 한계와 극복 방안
원화는 국제 경쟁력이 높은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해외보다는 국내 내수 중심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활용도와 확장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교환 머니'로 활용되기만 해도,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 리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초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전략적 제휴가 유효한 방식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량이 상당한 만큼, 유통 중인 원화를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전환해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의 충분한 잠재력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2025년 1분기 국내 5대 거래소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약 57조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 접근을 위해 불가피하게 달러화로 자금을 이동시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4년 말 기준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1,357개로 작년 6월 말 대비 12% 늘었다. 원화 예치금도 반년 전 5조원에서 10조 7,000억 원으로 114% 급증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충분한 국내 수요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의 위치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 기반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테더가 62.16%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USDC가 24.28%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호광 전문가는 "2030년, 스테이블코인은 시장 규모가 2025년 2,400억달러에서 2030년 1.6~3.7조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KPOP과 한류 붐으로 인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동아시아 크로스보더 결제의 허브로 부상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민간 개방을 통한 경쟁 촉진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민간 사업자에게도 개방하고 있으며, 시장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혁신 서비스가 등장하고 주요 플레이어가 결정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둘째, 강력한 사용처 확보다. 단순한 거래소 내 교환 수단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으로 점진적으로 도입할 경우, 선불 전자지급수단과 유사한 형태로 일상 결제나 플랫폼 정산 수단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셋째, K컬처와 K푸드 연계 전략의 체계적 추진이다. 한류 콘텐츠 소비와 연계된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해외 한류 팬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리스크 요소와 대응 방안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산에는 여러 리스크 요소도 존재한다.
첫째, 자본 유출 위험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가장 큰 한계는 원화 역외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래로 원화 유출 구조가 생기면 환율 정책이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둘째, 통화 주권 침해 우려다. 박선종 교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이 대중화되면 기존 통화 시스템의 안정성이 일부 훼손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셋째, 신뢰성 문제다. 민간이 발행한 코인이 중앙은행 법정화폐와 같은 수준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III. 결론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2025년을 기점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디지털 통화 주권 확보에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K컬처와 K푸드라는 독특한 소프트파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K팝과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해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의 크로스보더 결제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원화가 비기축통화라는 근본적 한계와 통화정책 유효성 저해, 자본 유출 등의 리스크 요소들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우려를 반영하여 단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금융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성공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첫째, 명확하고 균형 잡힌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 둘째, 민간 경쟁을 통한 혁신 촉진, 셋째, K컬처·K푸드와 연계된 사용처 확보, 넷째, 국내외 거래소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유동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
2030년까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3조7,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K컬처와 K푸드라는 한국만의 고유한 강점을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한국은 디지털 통화 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