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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전력 소요량 증대: 함의와 대응전략

by rainbowwave 2025. 5. 11.

 

목차

I.  서론

II. 본론
    1. 주요국 인공지능 전략의 최신 동향과 특징
    2.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현황 및 전망
    3. 전력 수요 증가의 국가안보 및 경제적 함의
    4. 균형적 발전을 위한 대응전략

III.  결론

 


 

<2024년 대규모 데이터 센터 클러스터의 글로벌 지도>

                                         <2024년 대규모 데이터 센터 클러스터의 글로벌 지도>

 

 

 

I. 서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21세기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며 국가 경쟁력의 주요 결정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등 주요국들은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여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AI를 핵무기와 같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키며 'AI 국가안보각서'를 발표하였고, 중국은 2024년 AI 분야 투자를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시켰으며, EU는 세계 최초로 AI 활용에 대한 포괄적 규제법인 'EU AI Act'를 발효하였다. 주요국의 이러한 AI 정책 경쟁은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상당한 인프라 요구를 수반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전력 수요의 급증은 국가 인프라 계획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AI 전용 서버의 전력 수요는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는 국가 에너지 안보, 경제적 부담, 환경 영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본 글은 최근 확정되거나 검토 중인 주요국의 AI 전략을 분석하고, AI 확산에 따른 전력 소요량 증대의 다양한 함의를 고찰하며, 특히 한국의 맥락에서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II. 본론

 

1. 주요국 인공지능 전략의 최신 동향과 특징

 

최근 주요국들은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AI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크게 강화하였는데, 2023년 10월 AI 행정명령을 발표한 데 이어 2024년에는 'AI 국가안보각서(AI NSM)'를 제정하여 AI를 국가안보에 관한 전략적 자산으로 격상시켰다. 이 각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의 글로벌 선도, 국가안보를 위한 AI 활용 및 민주적 가치 보호, 책임있는 국제 AI 거버넌스 구축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향후 몇 년 동안은 AI보다 더 중요한 기술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중국을 포함한 '경쟁국들로부터 전략적 기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임을 명확히 했다.

 

 

 

&lt; GPU 연산 비용( 2006-2024)과 주요 AI 모델 연산 학습 규모(2014-2024) &gt;

                                < GPU 연산 비용( 2006-2024)과 주요 AI 모델 연산 학습 규모(2014-2024) >

 

 

 

중국은 2017년 '새로운 세대의 인공지능 발전 계획(新一代人工智能规划)'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AI 산업 육성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오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중국의 AI 분야 투자액은 821억 2,900만 위안으로 전년의 636억 7,600만 위안 대비 29% 상승했으며, 투자 건수도 633건에서 644건으로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최고지도부의 '인공지능+' 사업 추진 지시에 따라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가 AI 산업 표준화 체계를 구축하고 규범화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와 CICC의 자료에 따르면, 2030년에는 중국 AI 시장 규모가 5조 6천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은 2024년 3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위험기반접근방식(risk-based approach)'의 포괄적 규제법인 'EU AI Act'를 발표하고 2024년 8월부터 발효하였다. 이 법은 위험 수준별로 차등 적용을 원칙으로 하는 강제력을 갖는 법으로서, 향후 글로벌 AI 규범 질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AI Act는 외부로부터 유로존 시장 진입 장벽은 높이고 내부 기술혁신 생태계는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특히 'AI Made in Europe'이라는 마스터 브랜드 하에 책임 있고 공익 지향적인 AI 개발과 응용을 유럽의 특성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있다.

 

일본은 2024년 6월 '통합혁신전략 2024'를 발표하며 AI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및 안전·안심 확보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AI의 법규제를 검토하는 'AI제도연구회(가칭)' 신설 등을 통해 AI의 혁신과 AI에 의한 혁신 가속화를 추진하면서도 생성 AI를 포함한 AI의 다양한 리스크를 억제하고, 안전·안심 환경을 확보하는 균형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는 2018년 NITI Aayog를 통해 국가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하였으며, 경제 성장 촉진, 사회적 성과 개선, 주요 국가 과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40%의 세계를 위한 AI 차고(AI Garage for 40% of the World)'라는 개념을 통해 인도가 직면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AI 기술의 이상적인 테스트 환경이 될 수 있으며, 이곳에서 개발된 솔루션을 다른 신흥 및 개발도상국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5년 2월 인공지능 국가 전략의 세 번째 단계를 발표하며 프랑스 영토와 인공지능 우수성 생태계의 매력을 강화하고 공공 정책과 행정 효율성을 위한 AI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탈탄소화된 풍부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유럽과 세계에 초연결된 영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직접 적응된 토지 등 프랑스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AI 인프라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기존의 인공지능 전략을 업데이트하여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AI 연구, 개발 및 응용 센터로서의 독일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한다. 특히 'AI Made in Europe'이란 마스터 브랜드 하에 AI 생태계를 강화하고, 책임 있는 공익 지향적 AI 개발과 응용을 유럽의 트레이드마크로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 2024년 9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2024년 12월 'AI 3대 강국(G3) 도약'을 목표로 위원회의 역할과 비전을 공유하고 국가 AI 전략 수립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최상위 거버넌스 기구로서, 기술·혁신, 산업·공공, 인재·인프라, 법·제도, 안전·신뢰 등 5개 분과로 구성되어 AI 정책 전반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2025년 1분기 안으로 국가 AI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2.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현황 및 전망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전력 수요의 대폭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4월 발간한 특별보고서 '에너지와 AI(Energy and AI)'에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현재의 2배 이상인 945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AI 최적화 서버에서의 전력 수요는 같은 기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t;기준 시나리오에 따른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 2020-2030&gt;

                            <기준 시나리오에 따른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 2020-2030>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 추세는 여러 연구 기관의 분석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16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60GW 수준인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연평균 22%씩 증가해 2030년에는 171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lt;장비 유형별 및 데이터 센터 유형별 총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 2005-2024&gt;

                            <장비 유형별 및 데이터 센터 유형별 총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 2005-2024>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2030년까지 자국의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절반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 전반의 에너지 집약 산업(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화학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AI 기반 데이터 처리에 더 많은 전력이 쓰일 것이란 예측이다. 선진국 전체로 보면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 증가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의 지역적 분포를 살펴보면,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85%가 미국, 유럽, 중국 등 3대 경제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2030년까지도 지속되어 선진국이 전체 수요 증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의 비중은 약 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현재의 데이터센터는 약 6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전력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150개, 전력 수요는 1,986㎿(메가와트)이나, 2029년에는 데이터센터 수가 637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예상 전력량은 4만 9,397㎿까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로 설립을 희망한 데이터센터까지 더하면 예상 전력량은 5만㎿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반도체 산업의 확대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는 반도체 생산 확충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용인시에 추진 중인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는 10GW 이상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AI 데이터 처리 관련 데이터센터 수요의 급증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되면서 한국의 전력 수요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AI는 에너지 소비 패턴에서 역설적인 특성도 보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AI 전체 전력소비의 약 60-70%는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AI가 작동하는 '모델 배포(deployment)' 단계에서 발생하며, AI 학습 단계에서도 약 20-40%의 전력을 소모한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건물 냉난방 시스템, 제조공정, 물류 운영, 전력망 제어 등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최대 60%까지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에너지 패러독스'는 AI의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효율화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칭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5,000대 이상의 서버를 보유하고 최소 10,000 평방피트 이상의 면적을 가진 데이터센터를 의미함

 

3. 전력 수요 증가의 국가안보 및 경제적 함의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단순한 인프라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 및 경제적으로 광범위한 함의를 갖는다. 특히 미국이 AI를 핵무기, 우주기술과 같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킨 것은 AI가 가진 국가안보적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AI 자체가 국가 경쟁력과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AI 개발과 활용을 위한 전력 인프라 확보 역시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력 수급의 안정성은 AI 개발 및 활용 경쟁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전력 공급 능력을 갖춘 국가는 AI 개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반대로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는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85%가 미국, 유럽, 중국 등 3대 경제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AI 기술과 산업 발전의 지역적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국제 관계와 지정학적 역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복합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AI 기술은 사이버 공격의 정교화를 초래해 에너지 유틸리티 대상 해킹이 최근 4년간 3배 증가한 반면, 동시에 이를 방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AI가 사용되는 서버, 반도체 등 핵심 장비에 들어가는 희귀 광물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광물 공급망 집중도와 관련한 새로운 도전 과제를 낳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AI 기술 발전과 에너지 인프라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서버를 가동해야 할뿐만 아니라,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며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전력 공급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특히 전력 가격이 높은 지역은 AI 관련 산업 유치에 불리한 조건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가 자국의 탈탄소화된 풍부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강조하며 AI 인프라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상황을 보면, 수도권에 60% 이상 집중된 데이터센터 분포는 전력 수급 안정성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수도권은 자체 발전시설이 적어 전력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은 송전망에 과부하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 이에 정부는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와 운영 인력 확보 문제 등으로 실효성 있는 분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AI 반도체 생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역시 중요한 도전 과제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AI 대중화에 따라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전력 수요 증가를 동반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한국형 원자로 APR-1400 8기 이상의 추가 건설이 필요한 규모이다. 이러한 대규모 전력 인프라 확충은 국가 경제와 에너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전력 수요 증가의 또 다른 측면은 환경적 영향이다. IEA에 따르면 AI가 초래할 전력 소비 증가로 인한 탄소 배출은 전체 에너지 부문 내에서는 제한적인 수준이 될 수 있으며, 오히려 AI를 활용한 효율성 제고와 배출 감축이 그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전력 공급원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구성될 때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구조를 가진 국가에서는 AI 확산이 환경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4. 균형적 발전을 위한 대응전략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믹스의 최적화가 중요하다. IEA와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전력 공급원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각 국가의 경제성과 접근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은 안정적인 기저 전력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리서치팀은 탄소 가격을 1 tCO2당 $100로 적용할 경우, 천연가스 발전($91/MWh)과 비교해 재생에너지+배터리 솔루션($87/MWh), 대규모 원자력 발전($77/MWh)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탄소 가격제 도입과 같은 정책적 수단이 에너지 믹스 최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데이터센터의 지역적 분산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은 송전망 과부하와 전력 수급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에 대해 배전망 연결 시설 부담금 50% 할인, 송전망 연결 시 예비전력 요금 면제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와 운영 인력 확보 문제 등으로 실효성 있는 분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센티브를 넘어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 지역 인력 양성,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계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AI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AI의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 △불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하는 '다크 데이터' 관리 △고효율 반도체·냉각 시스템 도입 △AI 서버 입지 및 설계 전략 개선 △가상화 및 동적 전력관리 등의 기술·운영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다크 데이터는 전체 저장데이터의 60~75%를 차지하며, 이를 제거하거나 재활용하면 막대한 전력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R1 모델은 기존 AI 모델 대비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보여주며, 이는 미래 전력 수요 전망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기관 제퍼리스(Jefferies)의 애널리스트들은 "딥시크 모델이 보여준 에너지와 자본 효율성은 미국의 전력 수요 전망치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기술적 혁신을 통한 효율성 증대는 AI의 전력 수요 증가를 완화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넷째,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과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은 2024년 9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기술·혁신, 산업·공공, 인재·인프라, 법·제도, 안전·신뢰 등 5개 분과로 구성하여 AI 정책 전반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특히 인재·인프라 분과는 전문인력 양성과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확충을 논의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거버넌스 체계는 AI 기술 발전과 전력 인프라 확충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섯째, 국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AI 기술과 인프라 발전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전력 수요 증가와 관련한 문제는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의 AI 국가안보각서(AI NSM)에서도 책임있는 국제 AI 거버넌스 환경 조성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유엔, G7 등 국제기구, 동맹국과의 관계 및 경쟁국 관계에 대한 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제 협력을 통해 AI 관련 기술 표준화, 전력 인프라 구축의 모범 사례 공유,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AI의 양면성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이 중요하다. AI는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효율화와 탈탄소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 AI를 활용한 전력망 운영 최적화, 재생에너지 예측 및 통합, 에너지 저장 시스템 효율화 등은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IEA는 "AI는 현재 에너지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라며 "AI는 도구일 뿐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AI와 에너지 부문의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III. 결론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주요국의 적극적인 AI 전략 추진은 글로벌 기술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AI를 핵무기와 같은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켰고, 중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EU는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AI 경쟁은 국가 인프라, 특히 전력 수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현재의 2배 이상, AI 최적화 서버에서의 전력 수요는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는 단순한 인프라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 및 경제적으로 광범위한 함의를 갖는다.

 

특히 한국의 경우, AI 확산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전력 수요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첫째,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 확대가 필요하며, 이는 대규모 전력 수요를 동반한다. 둘째, AI 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2029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637개, 전력 수요는 거의 5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국내 데이터센터의 6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전력 수급 불균형과 송전망 과부하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도전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 믹스의 최적화, 데이터센터의 지역적 분산, AI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과 거버넌스 구축, 국제 협력 강화, AI의 양면성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 등이 중요한 전략적 방향이 될 수 있다. 특히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출범은 AI 발전과 인프라 확충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궁극적으로 AI 기술 발전과 전력 인프라 확충은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효율화와 탈탄소화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망 운영 최적화, 재생에너지 예측 및 통합, 에너지 저장 시스템 효율화 등에 AI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강점인 반도체 산업과 ICT 기술을 결합하여 에너지 효율이 높은 AI 시스템 개발에 주력한다면, AI와 에너지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