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I. 서론
II. 본론
1.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의 불평등
2. 산업화와 쿠즈네츠 가설
3. 20세기의 "대평준화"와 그 원인
4. 현대 시대의 불평등 추세와 글로벌 관점
III. 결론
I. 서론
경제적 불평등은 인류 역사의 근본적인 특징으로, 고대 문명부터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빈부 격차는 단순히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과정의 산물이다. 불평등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역사적으로 불평등은 일정한 패턴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구체적인 양상과 원인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근의 역사적 연구들은 불평등이 단순히 '자연스러운' 경제 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 권력, 제도적 구조, 사회적 규범, 그리고 역사적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 월터 샤이델(Walter Scheidel) 등의 경제학자들은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불평등의 장기적 추세와 그 원인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본 글은 불평등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불평등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복잡한 사회경제적 구조의 결과임을 정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의 불평등의 양상을 살펴본 후, 산업화 시대의 불평등과 쿠즈네츠(Kuznets) 가설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이어서 20세기 중반의 '대평준화(Great Leveling)' 시기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1980년대 이후 현대 사회의 불평등 추세와 글로벌 차원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다. 이러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불평등의 복잡한 역사적 기원과 그 함의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II. 본론
1.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의 불평등
인류 역사에서 불평등의 기원은 최초의 문명과 군사적 정복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토스타인 베블렌(Thorstein Veblen)에 따르면, 초기 '야만적' 문명들은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서로 전쟁을 벌였고, 이것이 '약탈적 정신'의 창출을 가능하게 했다. 영광과 도둑질이 남성적 미덕이 되었고, 베블렌은 이 약탈적 정신이 성별 불평등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어느 시점에서 남성들은 적대적 부족의 여성들을 진정한 전쟁 전리품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여성에 대한 객체화와 남성에 의한 여성의 경제적 지배를 의미했다.
고대 문명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했다.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모든 국가에서 사회의 통치자들이 화폐 창출을 이용하여 비공식적이고 신속하며 임의적으로 매우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여 일반 대중을 희생시키면서 통치자의 권력과 부를 증가시켰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4세기 콘스탄티노플 국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부의 불평등을 제도화했다.
중세 및 초기 근대 유럽에서는 토지 소유 및 봉건적 관계를 중심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구조화되었다. 귀도 알 파니(Guido Alfani)가 이끈 연구 프로젝트는 1300년부터 1800년까지 6개 유럽 국가(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의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원본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토마스 피케티의 1800년부터 현재까지의 유럽 전체 불평등 데이터와 결합한 결과, 지난 700년 동안 유럽 상위 10%가 소유한 부의 비율이 큰 변화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1500년에는 사회 부의 약 50%를 통제했으나, 1914년에는 약 90%로 증가했다. 이는 거의 400년 동안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불평등이 감소한 시기는 주로 대규모 재앙과 일치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염병인 흑사병이 1347-51년에 유럽을 강타했다. 그 후 가장 부유한 10%는 전체 부의 15%에서 20% 사이를 잃었다. 이는 불평등의 장기적인 감소였다. 가장 부유한 10%는 17세기 후반에야 흑사병 이전의 비율을 회복했다." 이는 역사 속에서 불평등의 감소가 주로 재앙적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식민지 시대는 세계적 차원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샹셀과 피케티(Chancel and Piketty)의 연구에 따르면, "1820년과 1910년 사이에 전 세계적 불평등은 증가했는데, 이는 서구의 지배력과 식민지 제국의 부상 맥락에서 발생했다." 식민지 체제는 모국의 엘리트들에게 부를 집중시키는 동시에, 식민지 내부의 불평등 구조도 강화했다. 이러한 식민지 시대의 불평등 구조는 탈식민지화 이후에도 여러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산업화 이전 사회의 불평등은 단순히 경제적 차이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도 나타났다. 특히 인종, 성별, 종교, 계급 등에 기반한 차별은 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작용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을 제공한다.
2. 산업화와 쿠즈네츠 가설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불평등의 양상은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시기의 불평등 패턴을 설명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 중 하나는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제시한 '쿠즈네츠 곡선(Kuznets Curve)'이다. 쿠즈네츠 곡선은 경제 발전과 소득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으로,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시장의 힘이 먼저 경제적 불평등을 증가시킨 다음 감소시킨다는 가설을 표현한다.
쿠즈네츠의 이론에 따르면, 산업혁명의 탄생과 함께 불평등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산업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밀집된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후 산업가들이 점점 더 복잡한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자격을 갖춘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불평등 수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 따라서 임금이 증가한다.
쿠즈네츠 가설은 경제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농업에서 제조업으로의 전환이 일어나면서 불평등이 증가하지만, 국가가 더 발전함에 따라 서비스 부문이 성장하고 이는 저 숙련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여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다. 쿠즈네츠 곡선은 종종 그래프에서 거꾸로 된 U자 모양으로 표현되며, 국가가 곡선의 왼쪽에서 위로 이동함에 따라 불평등이 증가하고 오른쪽으로 내려갈 때 감소한다.
그러나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불평등 진화의 이러한 '자연주의적' 접근법에 도전하며, 그 안에 자연적인 것은 없고 산업 분쟁의 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는 더 나아가 자본주의에서 불평등의 역사적 상승이나 감소가 우발적이며, 산업 분쟁과 이데올로기가 사회 내 불평등의 진화를 변화시키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역사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쿠즈네츠 곡선은 모든 국가와 시기에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국가들은 경제 발전과 함께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국가들은 경제 발전의 특정 단계에서 불평등이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복잡한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불평등이 단순히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 제도적 구조, 사회적 운동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시사한다.
산업화 시대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도시화와 그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다. 많은 나라에서 농촌에서 도시로의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일어났고, 이는 도시 내 새로운 계급 구조와 불평등을 형성했다. 공장 소유주와 노동자,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남성과 여성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 등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이 산업 도시의 특징이 되었다.
한편, 식민지 체제와 산업화의 결합은 글로벌 차원에서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서구 열강들은 산업화를 통해 경제적, 군사적 힘을 강화하면서 세계의 다른 지역을 식민지화하고 착취했다. 이는 서구와 비서구 세계 간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식민지 내부의 불평등 구조도 강화했다. 후일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가 지적했듯이, 사람이 미국과 같은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93배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구조적 불평등이 형성되었다.
3. 20세기의 "대평준화"와 그 원인
20세기 중반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불평등의 감소가 일어난 시기로, 많은 학자들이 이를 '대평준화(Great Leveling)'라고 부른다. 월테르 샤이델(Walter Scheidel)의 연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평준화는 언제나 가장 강력한 충격의 결과였다. 네 가지 다른 종류의 폭력적 파열이 불평등을 평준화했다. 대규모 동원 전쟁, 변혁적 혁명, 국가 실패, 치명적인 전염병 등이다."
실제로 20세기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시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1929년 대공황, 러시아 혁명과 중국 혁명과 같은 대규모 사회적 격변, 스페인 독감과 같은 전염병 등 여러 충격적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부의 파괴, 인플레이션, 자산 가치의 폭락 등을 통해 부자들의 자산을 감소시키는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20세기의 불평등 감소는 단순히 재앙적 사건들의 직접적인 결과만은 아니었다. 이 시기에는 또한 중요한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 변화가 일어났다. 민주주의의 확산, 노동조합의 성장, 누진세의 도입, 사회 복지 제도의 확립 등이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많은 서구 국가들에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었고, 이는 경제 성장의 혜택이 사회 전체에 더 고르게 분배되도록 했다.
토마스 피케티는 자본소득의 성장률(r)이 경제 성장률(g)보다 높을 때(r > g) 불평등이 증가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r과 g 사이의 격차가 더 클수록 부의 불평등에 대한 증폭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20세기 중반에는 전쟁과 경제 위기로 인해 자본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동시에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r < g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샹셀과 피케티(Chancel and Piketty)의 연구에 따르면, "1910년과 1980년 사이에 국가 내 불평등은 크게 감소했다(국가 간 불평등은 계속 증가하는 동안)." 이는 복지국가의 확대, 누진과세, 노동시장 규제 등의 정책이 국가 내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기에는 서구 국가들과 비서구 국가들 간의 불평등은 오히려 증가했다.
흥미로운 사례로, 시에라 리온의 초기 식민지 시기에 대한 연구는 평등주의적 이상이 실제로 부의 분배에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테파니아 갈리(Stefania Galli)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시에라 리온은 "지금까지 추정된 모든 전산업 농촌 사회 중 가장 평등한 부의 분배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는 이상이 실제 사회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20세기 중반의 불평등 감소는 역사적으로 매우 특이한 시기였으며, 이후의 불평등 추세와 대조된다. 이 시기의 경험은 불평등이 '자연적'이거나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과 사회적 제도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현대 시대의 불평등 추세와 글로벌 관점
1980년대 이후, 많은 국가에서 불평등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샹셀과 피케티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과 2020년 사이에 국가 내 불평등은 다시 증가했다(국가 간 불평등이 마침내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이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 노동조합의 약화, 조세 제도의 변화, 금융화(financialization) 등이 국가 내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상위 1%의 부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다니엘 발덴스트룀(Daniel Waldenström)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미국의 부 집중도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여 오늘날 상위 1퍼센트가 35~40%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유럽보다 훨씬 높지만, 미국과 유럽 모두의 전쟁 이전 수준보다는 낮다." 이는 현대의 불평등이 20세기 초반의 극단적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20세기 중반의 상대적 평등 시기와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불평등의 패턴은 더욱 복잡하다. 1980년대 이후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국가 간 불평등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브랑코 밀라노비치와 크리스토프 락너(Christoph Lakner)가 공동으로 작성한 2013년 연구는 "코끼리 곡선(elephant curve)"으로 알려진 그래프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08년까지의 기간 동안 개발도상국(주로 아시아)의 중산층은 극적인 소득 증가를 경험했고, 전 세계 상위 1%의 소득자들("글로벌 플루토크랫")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선진국의 하위 중산층은 소득이 정체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 내에서는 불평등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국내 불평등도 크게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화, 기술 변화, 정치적 선택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또한 불평등의 새로운 형태와 차원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디지털 격차',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적 불평등',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가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상 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샹셀과 피케티는 "초기 21세기 신식민지 자본주의는 초기 20세기 식민지 자본주의와 유사한 수준의 불평등을 보이지만, 그것은 다른 규칙과 제도에 기반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이는 불평등의 형태와 메커니즘은 변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불평등 구조는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경제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혜택이 사회 전체에 고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 성장'의 관점이 중요하다. 또한 세계화, 디지털화, 기후 변화 등 새로운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과 제도가 요구된다.
5. 근대 사회에서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성공 사례
근대 사회에서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성공 사례는 다양한 정책적·제도적 개입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는 단순한 경제 성장이 아닌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의지가 결합된 결과이다.
1) 20세기 중반 서구 국가들의 '대평준화(Great Leveling)'
· 역사적 배경: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이 계기가 됨. 전쟁으로 인한 자산 파괴,
인플레이션, 정부의 경제 통제가 부의 재분배를 유도
· 정책적 개입
· 누진세 강화: 1940-50년대 미국 최고 소득세율은 90%에 달했으며,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조세 정책을 시행
· 사회 복지 확대: 영국의 NHS(국민보건서비스) 설립(1948), 미국의 사회보장법(1935) 등 포괄적 복지 제도 도입
· 노동권 강화: 노동조합 가입률이 30-50% 수준으로 증가, 집단교섭을 통한 임금 상승 기여
· 성과: 1940-1970년대 미국 상위 1% 소득 점유율은 15%에서 8%로 감소, 유럽에서도 유사한 추세 관찰
2) 북유럽 복지 국가 모델
· 정책 특징
· 보편적 복지: 교육·의료 무상 제공으로 기회 균등 실현
·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 실업자 재교육 프로그램과 직업 소개 서비스 강화
· 조세 공평성: 스웨덴의 경우 GDP 대비 세금 비율이 45%로,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
· 성과: 덴마크의 소득 불평등 지수(Gini 계수)는 0.25로 OECD 최저 수준 유지
3) 199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조건부 현금 이전 프로그램
· 브라질 '볼사 파밀리아': 빈곤 가정에 자녀 교육·예방접종 조건으로 현금 지원
· 성과: 2003-2013년 빈곤율 28%→9% 감소, 소득 불평등 지수 0.58→0.52 개선
· 멕시코 '오포르투니다데스'
· 성과: 농촌 지역 아동의 중등교육 이수율 15% p 상승, 영양실조율 감소
4) 21세기 미국의 아동 세제 공제 확대
· 2021년 아동 세금 공제(Child Tax Credit): 공제액을 아동당 최대 $3,600으로 확대 및 월 단위 선지급 시행
· 성과: 아동 빈곤율 단기간 내 30% 감소(2021년 7-12월), 400만 명 이상의 아동이 빈곤선 탈출
5) 독일의 공동결정제(Mitbestimmung)
· 제도 설계:
· 500인 이상 기업의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의무적 참여(1976년 법제화)
· 경영 결정에 대한 노동자 참여로 임금 격차 축소.
· 성과: 독일의 CEO-일반노동자 소득 격차는 미국의 1/5 수준
6) 시사점
이 사례들은 빈부 격차 완화를 위해 다음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 진보적 조세 시스템: 고소득층·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 사회적 안전망 확충: 보편적 복지 서비스 제공
- 노동시장 개혁: 임금 교섭권 강화와 고용 안정성 제고
- 교육 기회 평등: 빈곤층 자녀 대상 교육 지원 프로그램
- 정치적 의지: 불평등 해결을 위한 지속적 정책 추진
역사적 경험은 불평등이 '자연적'이지 않으며, 의도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해결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으며, 특히 20세기 중반 서구 국가들의 사례는 전례 없는 규모의 정책 개입이 지속 가능한 평등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III. 결론
빈부 격차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살펴본 결과, 불평등은 단순히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과정의 산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불평등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그 양상과 정도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평등은 대체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샹셀과 피케티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700년 동안 불평등이 감소한 시기는 주로 두 가지 경우에 한정되었다: 14세기 중반의 흑사병 이후와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의 기간이다. 이는 불평등 감소가 역사적으로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었음을 시사한다.
산업화와 관련하여 쿠즈네츠 가설은 경제 발전과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했지만, 실제 역사적 경험은 이 가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패턴을 보여준다. 경제 발전이 자동적으로 불평등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정치적 선택, 제도적 구조, 사회 운동 등 다양한 요인들이 불평등의 역사적 궤적에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중반의 '대평준화'는 전쟁, 경제 위기, 혁명 등의 충격적 사건들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확산, 노동운동의 성장, 복지국가의 발전 등 정치적, 사회적 변화의 결과였다. 이는 불평등이 '자연적'이거나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선택과 정치적 결정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80년대 이후 많은 국가에서 불평등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 노동조합의 약화, 세계화, 기술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동시에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국가 간 불평등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차원의 불평등 패턴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불평등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는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역사는 불평등이 단순히 시장의 '자연적' 작동이나 개인의 능력 차이의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과 사회적 제도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만이 아니라,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치적·제도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평등의 역사는 사회적 규범, 정치 체제, 법과 제도, 그리고 집단적 행동의 결과로 형성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제적 불평등은 단순히 시장의 자율적 작동이 아니라, 누가 자원을 소유하고 통제하며, 어떤 규칙이 사회에 적용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20세기 중반의 대평준화 시기와 그 이후의 불평등 재증가 국면은, 불평등의 수준이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선택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대 사회에서 불평등이 다시 증가하는 현상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조세 및 복지제도의 변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금융화 등 복합적인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와 중산층의 소득 정체, 자산 격차의 확대, 세대 간 불평등 심화, 디지털 격차 등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등장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포용적 성장과 사회적 연대, 공정한 제도 설계, 그리고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정치적 개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