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II. 본문
1. 사업 전환의 배경: 건설업 한계 돌파 전략
2. 전략적 투자 및 파트너십 구조
3. 표준화 설계 내재화: 설계 역량의 전략적 의미
4. 전 주기(Full-Lifecycle) 사업 모델 구축
5.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및 시장 선점
III. 맺음말
IV. 국내 관련산업 기업 분석

<DL이앤씨의 SMR 사업현황>
I. 들어가는 말
글로벌 에너지 산업은 현재 중대한 구조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산과 탄소중립(Net-Zero) 목표 달성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안정적이고 청정한 전력 공급원으로서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SMR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도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환경을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DL이앤씨는 2023년부터 단순 시공(EPC,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참여를 넘어, 설계·조달·시공·운영보수에 이르는 원전 전 주기 사업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하는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이다.
II. 본문
1. 사업 전환의 배경: 건설업 한계 돌파 전략
DL이앤씨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5위(순수 건설사 기준 2위)의 대형 건설사로, 전 세계 19개국에서 총 51.5GW 규모의 발전 플랜트를 시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 경기 장기 침체, 주택 및 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악화, 그리고 전통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의 구조적 수요 감소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기존 EPC 역량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SMR을 선택하였다. SMR 플랜트는 기존 화력·가스 복합 발전소 EPC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공법 체계를 공유하면서도, 시장 성장성과 기술 진입 장벽 측면에서 전통 발전 플랜트와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또한 SMR의 핵심 특성인 공장 제작(모듈화), 현장 조립(탈현장 공법)은 DL이앤씨가 이미 강점을 가진 모듈러 건설 역량과 직결된다.
2. 전략적 투자 및 파트너십 구조
DL이앤씨의 SMR 전략은 2022년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Terrestrial Energy)와의 MOU 체결을 시작으로 가시화되었으나, 전략의 핵심 축은 2023년 1월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에 대한 2,000만 달러(약 300억 원) 전략적 지분 투자에서 비롯된다. 이 투자는 단순 재무 투자가 아니라, EPC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X-에너지는 제4세대 고온가스로(HTGR, High Temperature Gas-cooled Reactor) 방식의 Xe-100을 개발하는 미국의 선도적 SMR 개발사로, 다우 케미컬(Dow Chemical), 아마존 웹 서비스(AWS), 에너지 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 등과 복수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DL이앤씨는 X-에너지 투자를 통해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를 확보하였으며, 이는 후발 입찰 참여 방식 대비 원가 경쟁력과 기술 이해도 면에서 결정적 우위를 의미한다.
2024년 2월에는 X-에너지, 한전KPS(KEPCO KPS)와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여, SMR 플랜트 EPC뿐 아니라 시운전 및 운영·보수까지 전 주기 기술 협력 체계를 공식화하였다. 한전KPS는 국내 최대 원전 운영보수 전문기업으로, 이 3자 컨소시엄은 설계(DL이앤씨)·시공(DL이앤씨)·운영(한전KPS)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구조이다.
3. 표준화 설계 내재화: 설계 역량의 전략적 의미
2026년 3월 25일, DL이앤씨는 X-에너지와 약 1,000만 달러(약 150억 원) 규모의 Xe-100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SMR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한 최초 사례이다. 설계 완료 목표 시점은 2027년 상반기이며, 완성된 표준 설계는 X-에너지의 모든 후속 프로젝트에 반복 적용될 예정이다.
이 계약의 전략적 의미는 계약 금액보다 훨씬 크다. 표준화 설계 자산을 내재화한 DL이앤씨는 향후 X-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지정 EPC'에 준하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동일 설계를 반복 시공하는 방식은 러닝 커브(Learning Curve) 효과를 통해 시공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경쟁 입찰에서 타사 대비 압도적 가격 경쟁력으로 전환된다. 특히 X-에너지가 2030년대까지 수십 기의 Xe-100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표준화 설계 자산의 장기적 수주 파급 효과는 상당히 크다.
DL이앤씨는 설계 단계부터 핵심 인력을 X-에너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팀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2026년 4월 기준 사내 원자력·SMR 관련 인력은 약 1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개별 프로젝트 수행에 충분한 규모로 평가된다.
4. 전 주기(Full-Lifecycle) 사업 모델 구축
DL이앤씨의 SMR 전략은 건설사(EPC)로서의 단일 역할을 넘어, 그룹 차원의 에너지 밸류체인 통합 모델을 지향한다. 이 모델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역할 | 담당 주체 | 기능 |
| 프로젝트 개발·투자 | DL에너지 | 사업 개발, 투자 집행, 자금 조달 |
| 설계·조달·시공(EPC) | DL이앤씨 | 표준화 설계, 모듈 조달, 현장 시공 |
| 발전 및 운영 | DL에너지 | 전력 판매, 운영 관리, PPA 체결 |
| 운영·보수 | 한전KPS(협력) | 예방 정비, 계획 예방 정비, 핵연료 관리 |
이 구조는 DL그룹이 SMR 프로젝트의 개발-시공-운영 전 단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완결형 에너지 사업자로 기능함을 의미한다. 전통적 EPC 기업이 시공 단계의 1회성 수익에 머무는 것과 달리, 발전·운영 참여를 통해 장기 경상 수익(Recurring Revenue)을 확보하는 구조이다.
또한 X-에너지의 Xe-100이 생산하는 최대 750℃의 고온 공정열을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에 연계하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 확장도 중장기 전략으로 검토 중이다. 이는 탄소중립 연계 사업으로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사업과 함께 DL이앤씨의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양대 축이다.
5.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및 시장 선점
DL이앤씨가 X-에너지 파트너십을 통해 참여를 목표로 하는 주요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은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 | 소재지 | 수요처/파트너 | 규모 | NRC 현황 |
| 텍사스 시드리프트 | 미국 텍사스 | 다우 케미컬 | 320MW(4기) | 건설허가 심사 중(환경평가 완료, 2026.05) |
| 에너지 노스웨스트 | 미국 워싱턴주 | 아마존(AWS) | 960MW(12기) | 부지 선정 및 설계 준비 단계 |
| 영국 센트리카 | 영국 | Centrica | 미정 | 사전 협의 단계 |
| 필리핀 | 아시아 | 메랄코(Meralco) | 미정 | MOU 체결, 타당성 조사 중 |
또한 노르웨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유럽 신흥 SMR 수요국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이는 미국 단독 시장을 넘어 글로벌 반복 수주(Serial Ordering) 전략의 기반이 된다.
텍사스 프로젝트의 경우, 2026년 5월 NRC가 환경영향평가(EA, Environmental Assessment)를 완료하고 무유의적 영향 결론(FONSI, Finding of No Significant Impact)을 발표하였다. 이는 예정 일정보다 조기 완료된 것으로, 연내 건설허가(CP, Construction Permit) 획득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신호이다. 다만 다우의 최종투자결정(FID, Final Investment Decision)은 2028년 이후로 예상되어, DL이앤씨의 실질적 EPC 수주 및 매출 인식은 2029~2030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III. 맺음말
DL이앤씨의 SMR 전략은 국내 대형 건설사 중 가장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원전 전 주기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EPC 입찰 대기 전략이 아닌, 2,000만 달러 지분 투자→3자 MOU→표준화 설계 계약→EPC 수행→발전·운영 참여로 이어지는 단계적 역할 확장 경로를 일관되게 실행하고 있다.
핵심 리스크는 시간축(Timeline)이다. 실질적 매출 기여는 2029년 이후로 예상되어 단기 투자 기준으로는 성과가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SMR 산업은 고도의 신뢰 기반 장기 사업이며, 표준화 설계 자산을 통한 조기 진입자 우위(First Mover Advantage)는 경쟁자들이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렵다. DL이앤씨가 현재 구축 중인 설계-EPC-운영 통합 플랫폼은 2030년대 SMR 대량 보급 시대에 한국 원전 산업의 해외 수주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IV. 국내 관련산업 기업 분석
SMR 시대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구조
글로벌 SMR 시장은 2033년 기준 약 103조 원 규모로 성장이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크게 ①기기 제작, ②EPC, ③운영보수, ④연료 공급의 4개 영역에서 포지셔닝하고 있다.
주요 기업별 비즈니스 포지션 및 수익 전망
| 기업 | 영역 | 주요 SMR 파트너 | 수익화 시점 | 투자 포인트 |
| 두산에너빌리티 | 원자로·증기발생기 주기기 제작 | X-에너지, 뉴스케일, 테라파워 | 2027년~(기기 납품 계약) | 독과점적 제작 역량, 국내 유일 SMR 주기기 제작사 |
| DL이앤씨 | EPC(설계+시공) + 발전 운영 | X-에너지(Xe-100) | 2029~2030년(EPC 착공) | 표준화 설계 자산, 전 주기 수익 모델 |
| 삼성물산 | EPC | 뉴스케일(NuScale) | 2028년~(유럽 프로젝트) | 유럽 SMR 시장 선점, 플루어·S&L과 기본설계 협업 |
| 한전KPS | 운영·보수(O&M) | X-에너지(DL이앤씨와 3자) | 2030년~(상업 운전 개시 후) | 장기 경상 수익(Recurring Revenue) 구조, 운영보수 독점 |
| 현대건설 | EPC | 홀텍(Holtec) | 미정 | 홀텍 SMR-300 인허가 진행 중 |
| 현대엔지니어링 | EPC | USNC(Ultra Safe Nuclear) | 미정 | 마이크로 원자로 특화, 초기 단계 |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형 원전과 SMR 주기기를 모두 제작할 수 있는 기업으로, 특정 SMR 개발사에 종속되지 않고 X-에너지, 뉴스케일, 테라파워 등 복수의 글로벌 SMR 개발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SMR 1기당 기기 납품 규모는 약 2,000억~4,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2027년부터 실제 납품 매출이 시작될 경우 연간 수주잔고 기여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DL이앤씨는 표준화 설계 자산이 완성되는 2027년 상반기 이후 복수 프로젝트에서 우선 협상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EPC 단일 계약 규모는 Xe-100 기준 기당 약 5,000억~8,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미국·아시아 복수 프로젝트 수주 시 수조 원 규모의 장기 수주잔고 확보가 가능하다. 계열사 DL에너지의 발전·운영 참여가 현실화될 경우, 안정적 경상 현금흐름(Cash Flow) 창출로 기업 가치 재평가가 예상된다.
한전KPS는 SMR 운영보수 수요가 본격화되는 2030년 이후부터 장기 경상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원전 운영보수는 상업 운전 개시 후 40년 이상 지속되는 특성상, SMR 1기 수주가 수십 년간 안정적 수익원이 된다. DL이앤씨와의 3자 컨소시엄 구조로 해외 SMR 운영보수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기존 국내 원전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변화이다.
삼성물산은 유럽 SMR 시장에서 미국 플루어(Fluor), 뉴스케일, 사전트앤룬디(Sargent & Lundy)와 기본설계를 공동 수행 중으로, DL이앤씨와 함께 한국 EPC 기업의 글로벌 SMR 시장 양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남동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주목된다.
국내 SMR 관련 산업 전반적으로 공통 관찰되는 핵심 변수는 NRC 인허가 속도와 빅테크 기업의 FID 시점이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SMR 수주 타이밍을 결정짓는 최대 촉매로 작용하고 있으며, NRC의 규제 가속화 기조가 유지될 경우 2027~2028년이 국내 기업들의 실질적 수주 집중 시점이 될 것이다.